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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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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의 밤과 함께 영화화가 된다는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예전엔 영화로 나온다 하면 '굳이 책으로 볼 필요 있을까'라는 생각에 영화만 보고 말았는데 요즘엔 원작 소설을 챙겨보는 편이다. 영화만 봤을 때 느끼기 힘든 이야기의 깊이와 상상이 구현되는 화면을 보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다. 평범한 사람과 다른 사람의 심리는 항상 흥미롭고 소설 속 연쇄살인범은 파헤칠 것이 많은 매력적인 캐릭터이다.(소설 속이라는 말이다. 오해 금지) 그런 연쇄살인범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그리고 발생한 굵직한 사건들. 이야기의 중후반까지 이야기는 쉴 새 없이 종반을 향해 달려간다. 독자도 이야기와 호흡을 맞춰 쉴 새 없이 종반을 향해 달려가다가 종반에 다다르면 큰 혼란을 겪게 되는데, 어느 것이 현실이고 망상인지, 잘못된 기억의 파편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다른 연쇄살인범과의 박진감 넘치는 대결을 기대했던 필자는 맥이 탁 풀려버렸지만 종반부의 내용은 다른 종류의 공포를 선사해준다. 자신의 무너지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 알츠하이머의 공포다. 인간 사회 먹이사슬 꼭대기에 위치하는 연쇄살인범이지만 알츠하이머의 공포는 그것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아무도 읽지 않는 시를 쓰는 마음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마음이 다르지 않다.』



 

『너무 많은 표지판, 간판,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표정들. 나는 그것들을 해석할 수 없다. 무섭다.』




 『그는 영원히 '제때'에 공항에 도착하지 못한 채 공항 주변을 배회하게 된다. 그는 현재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그 어떤 곳, '적절치 못한 곳'에서 헤맨다. 아무도 그를 이해해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