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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적 글쓰기 : 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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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방송에서 보았던 기생충 교수님의 글쓰기 책이다. 기생충이라는 소재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독특했던 외모와 위트 있는 말투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교수님이었다. 이 책 이전에 나온 기생충 열전을 보며 TV에 나왔으니 역시 책을 내시는구나 했는데, 글쓰기 책도 나오는 거 아닌가. 게다가 내 눈길을 사로잡은 문구는 '열등감' 아니 공부 잘하는 교수님이 무슨 열등감?


 여태껏 읽어왔던 글쓰기 책들은 다들 훈계하느라 바빴다. '내가 글 쓰는 법을 알려줄 테니까 넌 그대로 써.' 이런 느낌이랄까 대부분의 책들은 잘못 쓴 글을 예시로 들고 이런 식으로 쓰면 안 된다고 알려준다. 물론 이 책도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가기는 한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실패담이 있다는 것.


 어느 순간 내가 글을 너무 못 쓴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글쓰기였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꽤 오래되었지만 초반에 쓴 글을 보면 지금은 못 봐줄 정도로 유치하고 조잡스럽다. 그래서 예전에 썼던 글을 지우기도 하고 2~3년 전에 올린 글을 수정하기도 했다. 오래전 올린 글이라 검색도 제대로 되지 않을 테지만 그 글이 내 글이라는 것 자체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글쓰기 책에서 작가의 그런 경험을 접하게 된다는 건 꽤 유쾌한 일이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라는 동질감.


 그리고 이런 책은 금방 지루해지기가 쉬운데 중간중간 유머가 치고 나온다. 게다가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 걸까 할 정도로 솔직하다.



"나처럼 얼굴에 한을 품은 애들이 그 분노를 공부에 쏟아부었던 모양인데, 그런 애들의 존재는 고등학교 때까지 늘 '반에서 가장 못생긴 아이였던 내게 큰 자신감을 심어줬다."

- 52p -


"기생충학자의 기쁨 중 하나가 아직까지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종을 찾아내 자신이나 아내, 혹은 은사님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 82p -



또 하나의 특징을 꼽자면 참 잘 읽힌다는 것이다. 항상 잠들기 전에 책을 읽게 되는데 읽는 속도까지 느려 책 한 권을 다 읽는데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 그런 내가 이틀 만에 뚝딱 읽어내었다. 공부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어느새 끝나버린 것이다. 쉽게 쓰면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라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글쓰기 책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유쾌하다. 마치 예전 수업을 들을 때 유쾌한 선생님한테 수업을 받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