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살 집을 구할 당시 필자가 키우는 대형견 때문에 집 구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결국 받아주는 곳은 전원주택 밖에 없었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전원주택으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정작 제주 이사 전 애완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이런 사연으로 살게 된 전원주택.
필자가 사는 곳은 350고지에 위치한 곳으로 바닷가보다 습기가 덜하다고 한다. 저번 포스팅에서도 말했듯이 제주도에서 습기는 정말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하지만 습기가 적은 반면 따뜻한 제주에서 눈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하니 하나가 좋으니 다른 하나가 나쁘다.
겨울 추위를 방증해주는 벽난로.
제주도는 벽난로를 사용하는 곳이 정말 많다. 기본적으로 도시가스가 없고 기름이나 LPG 보일러를 사용하는데 배에 실어 들어오기 때문에 서울보다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난방에 많이 사용한다. 동네를 거닐다 보면 나무가 쌓여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주인이 없다고 생각해서 가져가면 큰일 난다. 모두 주인이 있는 나무이니 절대 가져가면 안 된다.
하지만 문만 열면 펼쳐지는 초록은 확실히 장점이다. 서울에선 문만 열면 남의 집 창문이 보이거나 건물의 벽이 보였는데 이곳에선 창문만 내다봐도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의외로 힘든 잡초 뽑기의 시련이 기다리고 있지만 휴일에 가족들이 나와 꺄르르 웃으면서 함께 잡초를 뽑고 있는 이웃의 모습을 보면 불편하긴 해도 역시 전원주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전원주택의 최대 수혜자들은 바로 필자의 고양이들. 서울에선 밥만 먹고 잠만 자던 녀석들이 눈에 뜨게 밝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통통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지만 집 안을 하도 뛰어다녀서 근육질 고양이가 되었다. 서울에서는 고양이의 특성상 밤에 뛰어다니기 때문에 뛰지 말라고 야단도 많이 쳤는데 이곳에 오고 나서는 그런 일이 없으니 완전히 제 세상을 만난 것이다.
가끔 날아들어오는 벌레들도 고양이들의 훌륭한 장난감이 되어 주었고, 볕이 따뜻한 날에는 동네 고양이가 놀러 오기도 한다. 예전에 비한다면 모든 것이 불편해졌지만 이곳에서는 시간에 쫓길 일이 없어서 그런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지루할 수도 있지만 평화로운 하루는 이제 너무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