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가는 E-BOOK 카페에 마션에 관한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알라딘에서는 마션 소설 첫 문장으로 머그컵을 만들고 사람들은 라임있는 번역이라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 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있었는데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카페를 들락날락거릴수록 지름신은 점점 다가왔다.
결국 난 지르고 말았다.
E-BOOK 카페에서 화제가 되었던 마션의 첫 문장. 범상치 않음을 느끼며 한장 한장 읽어나가는데. 화성판 삼시 세 끼라고 생각했던 나는 예상치 못한 개그에 빵빵 터지기 시작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막연한 생각만 들었다. 과학 소설이니 만큼 알지 못하는 과학 공식들이 난무할 것이고 생존을 위한 처절함은 옵션. 화성에 혼자만 남은 외로움으로 눈물을 훔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과학 지식은 와트니가 혼잣말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냄새와 싸우며, 혼자라는 외로움에 휩싸일 만큼 와트니는 한가하지 않았다. 긍정의 와트니와 세끼 해 먹기도 바쁜 화성 라이프.
생존 영화나 소설을 보면 보는 사람이 주인공의 상황에 따라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데 이상하게 마션은 그렇게 와 닿지 않았다. 애초에 화성 생존기라는 것 자체가 일반 사람이 공감하기 힘든 배경인데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말 필요한 건 전문지식. 그것도 우주까지 쏘아 올려질 사람 정도의 지식이 필요하다. 물론 와트니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긴 하지만 공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읽는 동안 와트니의 유머 감각이 지루함을 확 날려주기 때문에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미 카페에 입소문 날 정도로 와트니의 유머 감각은 뛰어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