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영화화된다는 소식에 더욱 눈길을 끌고 있는 정우정 작가님의 7년의 밤. 서점 순위에서도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는 소설이었기에 궁금했던 소설이었고,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은 모두 추천하는 책이었다.
이야기는 하룻밤에 수십 명을 몰살한 한 살인범의 아들인 서원으로 시작한다. 광란의 날로부터 7년 후 그날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나 역시 주인공만큼이나 그날의 일이 궁금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수면으로 드러나는 오영제라는 인물 딸의 복수를 위해 7년을 기다릴 만큼 치밀하고 집요하지만 어린 딸에게 폭행을 가하는 잔인성까지 비뚤어진 인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섬뜩했다.
사실 복수라는 이야기에서는 흥미를 느끼지는 못 했다. 딸의 죽음을 복수하는 아버지의 이야기. 흔하다면 흔한 소재였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어느새 인물들에게 빠져 살인범의 아들인 서원이 학교에서 내쫓길 때는 분노를 느끼고, 그날 밤의 주인공 현수의 엉망인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하고,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하는 오영제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복수의 마지막 계획이 실행될 때까지 진실을 하나씩 알아가는 서원과 같이 그날의 진실에 몰입하고 있었다.
책의 재미만큼 엔딩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너무 기대가 컸던 걸까 대단한 반전까지 기대하진 않았지만 빠르게 달려온 초반 중반에 비해 힘없는 마지막에 맥이 탁 풀려버렸다. 마지막이 좀 아쉬웠지만 사람들이 추천한 이유가 있는 책이었다.
열두 살짜리 여자아이의 목을 비틀어 살해하고, 여자아이의 아버지를 몽치로 때려죽이고, 자기 아내마저 죽여 강에 내던지고, 댐 수문을 열어 경찰 넷과 한 마을 주민 절반을 수장시켜버린 미치광이 살인마의 아들, 그 광란의 밤에 멀쩡하게 살아남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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